본문 바로가기
개인사

Livecube 후기

by Eucleides 2011. 11. 7.

 저번 화요일날 puzzlemaster사이트에서 구매한 livecube가 택배로 도착했다.

 이를 위해 지불된 가격이 대략 15만원인데, 해외에서 구입한 지라 운송비가 livecube의 가격보다 더 높은,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한국에도 크고 좋은 퍼즐판매처가 있다면 당장에 달려갈테지만, 아직은 우리나라에선 퍼즐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을 발견하지 못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해외 퍼즐 판매처에서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비싼 가격을 준 만큼 배송된 livecube는 그 진가를 발휘했다.

 일반적인 레고와 달리 이녀석은 조각 하나가 정확하게 정육면체다. 따라서 livecube로 물건을 만든면 그 물건의 모서리는 반드시 자연수가 된다는 것이다. (레고는 대략  가로세로비가 5:3이어서 골치가 아프다.)

 또한, livecube는 육면 중, 한 면만 돌기 부분이고, 나머지 모든 5면이 조립을 위해 구명이 뚤려있다. 이 역시 아래만 구멍이 있는 레고와 다른 점으로, 좌우로 조립하기 위해서 길쭉한 조각이 필요한 레고와 달리 이 녀석은 그냥 옆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

 이와 같은 특성 덕문에 livecube는 burr퍼즐을 만드는데 제격이다. 직접 나무를 잘라 burr퍼즐을 만들 필요 없이 livecube만 적절히 조립하면 그만이니까. 게다가 조립식으로 burr를 만들기 때문에 unnotchable piece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장점만 얘기하면 제조사에서 너무 우쭐해 할테니 단점도 얘기해보자.

 이녀석 되게 빡빡하다. 처음에 신나서 조각을 끼우려 했는데 어찌 잘 안들어가서 당황했다. 레고는 어린 아이가 쉽게 끼울 수 있으면서도 적절히 분리가 안되게끔 블럭의 치수가 미세조정되있는데, 내 생각에 livecube는 그러하지 못한것 같다. 혹여 이미 livecube의 치수가 미세조정되어 판매되거 있더라도, 블럭을 조립할 때 이악물고 끼워야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치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결국 어찌저찌해서 힘으로 블럭 15개를 서로 연결했다. 그리고 나서 잠시 쉬려고 보니 손에 피멍이 든 것이 아닌가? 물론 원인으로 피부가 약한 편인 것도 있었겠지만, 몇몇 블럭의 모서리가 살짝 뾰족했던것도 상처에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악력을 포기하고 선택한 것이 바이스라는 공구로, 시간은 더 들었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 간다고 끝내 원하는 burr퍼즐의 piece들을 만들 수 있었다.

 piece들 간의 움직임은 매끄러웠다. 그러나 바이스로 조립한 것들과 달리 손으로 조립한 것은 좋지 않았는데, 결국 이 녀석도 다 분리해서 바이스로 조이고 나니 그제서야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5일을 더 가지고 놀았다. 생전 처음 끼워지는 녀석들과 달리, 여러번의 조임과 풀림을 경험한 것들은 그 다음에는 쉬이 끼워졌다. 문제는 여러번 끼워졌다 풀렸다 한 것들은 나중에 가서 약간 헐렁해진 느낌이 들더라는 것이다. 한번 끼워지면 봑 조여줘야 되는데, 여러번 당해서인지 힘이 없어진 것 같아 새 것은 새 것대로, 헌 것은 헌 것 나름대로 걱정이 되었다.

 특히 두꺼운 모양을 만들 때 보다 얇고 길쭉한 걸 만들 때가 더 힘없이 조립이 해제되곤 했다. 물리학적으로 당연한 얘기지만, 안타까운 건 어쩔수가 없다.
 
아무래도 livecube로는 분리형 퍼즐 보다는 조립형 퍼즐을, 얇은 모양들 보다는 굵은 모양들만 주로 만들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