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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

퍼즐 샵 토리토 (Puzzle shop Torito)

by Eucleides 2012. 4. 1.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 처럼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을 가도 퍼즐 판매점을 찾기 마련이다. 작년 초봄(2011년 2월)에 일본 도쿄에 여행을 가면서 도쿄에 있는 퍼즐 샵을 구글링으로 찾다가 퍼즐 샵 토리토(torito)라는 곳을 알게되었다.

 

Puzzle shop Torito

Homepage : http://www.torito.jp/

주소 : 東京都台東区台東2-7-3 瀬戸ビル5F

(사진 출처 : http://www.jyuta.net/shop/torito.html)

 

 도쿄 역시 서울처럼 전철이 잘 깔려있기 때문에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쉬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토리토는 JR아키하바라역과 JR오카치마치역 중간 쯤에 위치해있어서, 아무 역에서 내려도 토리토에 가는 데는 별 상관이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키하바라역에서 내려 토리토로 가기로 했다.

 

 하키하바라역 근처는 여행서적에 적혀있는 것 처럼 많이 정신없는 곳이었다. 그 곳이 어떻게 그런 역사를 가지게 된 지는 잘 모르겠지만, 됴쿄의 다른 역들(도쿄역이나 신주쿠역)들과를 다르게 전자상가와 만화관련상가가 밀집해있었다. 마니아(mania)들의 성지(聖地)라는 별칭에 걸맞는 곳이었다. 그러고 보면 비싸게 일본에 여행와서 여행서적에도 없는 퍼즐 샵에 시간을 투자하고있는 나도 퍼즐마니아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사이 10~15분 정도 걸어 건물이 도착했다.

 

 

 

건물의 5층으로 올라가자 긴 유리창문이 깃든 하얀 문이 보였다. 문손잡이가 있어야 할 부분이 뻥 뚤려있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용기를 자기고 살며시 문을 당겼다. 유리 너머로 보이던 광경이 한눈에 다가왔다.

 

 

 

 문을 열고 나를 맞이한 것은 수백개의 퍼즐들이었다. 캐스트퍼즐을 비롯한 온갖 종류의 기계적 퍼즐들이 나를 반겨주고있었다. 직소퍼즐이나 전시해둔 서점 한켠의 어느 퍼즐 판매 장소와는 너무 달랐다. 황홀했고, 경외로웠다. 어버버하는 사이에 가게의 주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왠지모르게 부끄러워 눈인사만 하고는 얼른 구석으로 몸을 돌렸다.

 

 

 왼쪽 구석에 족히 몇백개는 되어 보이는 캐스트퍼즐들이 한아름 있었다. 본디 캐스트퍼즐을 통해 기계적퍼즐에 흥미를 갖게된 터라 더욱 설렜다. 신상품인 Cast Coil도 보였다.(당시엔 신상품이었다.) 구매욕이 불끈불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수중의 돈과 차후 비상금들을 생각하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않히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바로 왼쪽 선반에는 캐스트퍼즐과 같은 종류인 분리-결합(Disentangle) 퍼즐들이 있었다. 와이어퍼즐도 많았고, 끈이 사용된 퍼즐들도 많았다. 옛 중국의 퍼즐이라 알려진 구연환도 보였다. 신기한 나머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가 문득 가게의 반도 구경못한걸 깨닫고 뒤돌아 보았다.

 

 

 

 다음으로 구경하게 된 것은 일본의 전통 퍼즐박스(japanese puzzle box)들이었다. 정확하게 따지면 요세기 공법이 눈에 띄는 직육면체 모양의 전통 퍼즐박스들이 선반의 왼편에, 그리고 사진처럼 주사위나 계란, 찻잔등의 모양을 나무로 정교하게 구현한 퍼즐박스들이 오른편에 있었다. 디자인이 정말 예뻐서 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가격의 압박으로 인해 순간 얼음이 되었다. 만엔을 쪼개서 그나마 싼 퍼즐을 서너개 사고, 요 녀석들은 다음 기회에 만나기로 했다.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보니 나무로 만들어진 take-apart puzzle과 interlocked puzzle 들이 있었다. 한번 더 가면 nikori에서 발행한 퍼즐 서적들이 있다. 그러고 나면 카운터가 있다. 그 방향에서 가게 입구쪽을 바라보면 오른쪽 선반에 큐브를 비롯한 트위스티 퍼즐들(twisty puzzle)이 있다.

 

 

 Puzzle Design Competition 사이트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보이드큐브(Void Cube)와 플로피큐브(Floppy Cube)를 보고 감격을 눈물을 흘릴 뻔 했다.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 구멍뚤린 큐브와 1*3*3 큐브가 어떻게 구성되어 돌아가는지 참을 수 없이 궁금해져서 두 상품을 앞뒤생각없이 장바구니목록에 집어넣었다. (이때 Scrable Cube를 사지 않은 것을 글을 쓰는 현재까지 후회하고 있다.)

 

 가게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무엇을 얼마나 더 살지 생각하기 위해 잠깐 중앙의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견본품들이 올려져 있었다. 다수의 캐스트퍼즐과 와이어 퍼즐들이 있었다. 이미 풀어보았던 캐스트퍼즐을 한 번 더 풀어보며 잠깐 시간을 가졌다. 그 때까지 가게의 손님은 나 하나 뿐이어서 고요한 가운데 퍼즐 푸는 소리만이 쨍강쨍강 났다. 그렇게 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자리에 앉아있다가 어떤 다른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깨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다시 가게를 돌아, 한국에선 살 수 없었던 몇몇 level 1짜리 캐스트 퍼즐들과 Void cube, Floppy cube를 샀다.

 

 카운터에는 남성분이 앉아계셨는데, 카운터 뒤 컴퓨터로 torito 홈페이지에 Cast Coil을 업데이트 시키고 있었다. 물건을 사고난 뒤 어눌하게나마 일본어로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물론 다행히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위의 사진들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찍힌 것 들인 것이다!

 

쇼핑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하나 찍었다.

 

전체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이 곳은 퍼즐러들에게 있어서 천국과 다름없는 판매점임이 분명하다. 도쿄에 단 하루만 머물수 밖에 없더라도 이 곳은 꼭 들를 것이다. 꼭! 

 

P.S. 이 여행 후 몇 개월 뒤 쓰나미가 일본을 덮쳤다. 그리고 다시 얼마 후 방사능의 공포가 일본에 휩싸였다. 당연하게도, 여름에 도쿄 토이쇼에 갈 계획은 무산되었다. 내가 가고난 뒤에 일이 생겨서 한편으로는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참사가 걱정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일본에 방사능과 여진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마음이 좀 석연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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