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주 11월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졌다. 수능이라는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 모두가 매 해 출제된 시험 문제를 살펴보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은 꽤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글은 수능을 기념하여 상당히 기하퍼즐스러운 테크닉이 필요한 수능 수학 이차곡선 문제 둘을 발췌했다. 두 문제 모두 타원과 쌍곡선이 무엇인지 알고 기초적인 기하와 좌표 방정식에 대한 이해만 있으면 누구나 풀 수 있다. 둘 다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되기 때문에 더 쉽다! 아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문제들은 각각 22학년 수능 수학 홀수형 기하영역 26번과 18학년 수능 수학(가형) 홀수형 27번이다. 이차곡선이 기억이 안 난다는 사람들을 위해 빠져나갈 틈이 없도록 타원과 쌍곡선에 관한 글도 미리 적어놨으니 시도해보길 바란다.
문1 (22학년 수능 수학 홀수형 기하영역 26번)
두 초점이 F, F'인 타원 x^2/64 + y^2/16 = 1 위의 점 중 제 1사분면에 있는 점 A가 있다. 두 직선 AF, AF'에 동시에 접하고 중심이 y축 위에 있는 원 중 중심의 y좌표가 음수인 것을 C라 하자. 원 C의 중심을 B라 할 때 사각형 AFBF'의 넓이가 72이다. 원 C의 반지름의 길이는? [3점]
① 17/2 ② 9 ③ 19/2 ④ 10 ⑤ 21/2
문2 (18학년 수능 수학(가형) 홀수형 27번)
그림과 같이 두 초첨이 F, F'인 쌍곡선 x^2/8 - y^2/17 = 1 위의 점 P에 대하여 직선 FP와 직선 F'P에 동시에 접하고 중심이 y축 위에 있는 원 C가 있다. 직선 F'P와 원 C의 접점 Q에 대하여 F'Q=5√2 일 때, FP^2+F'P^2의 값을 구하시요 (단, F'P<FP) [4점]
문제의 그림 및 풀이의 그림들은 모두 GeoGebra를 이용하였음을 알린다.
풀이 및 생각
문1)
위 그림과 같이 원의 중심 B에서 두 접선에 수선의 발을 내려 각각 E, G라고 하자. 그러면 삼각형 BEF'과 삼각형 BGF는 RHS합동이 된다. 왜냐하면 원과 타원 모두 y축을 중심으로 대칭이므로 BF'=BF, 원의 반지름으로서 BE=BG, 그리고 접선의 성질에 의해 각F'EB = 각FGB = 90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림과 같이 한 점을 기준으로 회전시켜서 두 도형이 합동이 될 때를 회전합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합동에 의해 F'E=FG이고, 이를 확장하면 빨간 선의 길이(F'A+AF)와 노란 선의 길이(EA+AG)는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빨간 선의 길이는 타원의 장축의 길이와 같으므로 18이다. 그래서 노란 선의 길이도 18이 된다.
또한 사각형 AFBF'의 넓이는 삼각형 BEF'의 넓이 + 사각형 BEAF의 넓이이므로 역시 합동에 의해 사각형 AFBF'과 사각형 BEAG의 넓이가 같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사각형 BEAG의 넓이도 72가 된다.
그런데 타원을 빼고 원과 접선만 생각하면 대칭성에 의해 AE=EG이므로 AE=18/2=9(=EG)이다. 반지름의 길이를 r이라 할 때, 사각형 BEAG의 넓이는 삼각형ABE의 넓이 더하기 삼각형ABG의 넓이 이므로
72 = 8r/2+8r/2 = 8r.
결론적으르로 반지름의 길이 r은 9임을 얻울 수 있다.
문2)
위 그림과 같이 원의 중심을 A라 하고 접선 PF에 내린 수선의 발을 H라 하자. (Q는 접점이므로 직선 PF'에 내린 수선의 발과 같다.) 그러면 삼각형 AQF'과 삼각형 AHF는 RHS합동이 된다. 왜냐하면 원과 쌍곡선 모두 y축을 중심으로 대칭이므로 AF'=AF, 원의 반지름으로서 AQ=AH, 그리고 접선의 성질에 의해 각F'QA = 각FHA = 90도가 되기 때문이다.
합동에 의해 F'Q=FH(=5√2)이고(빨간 선분), 원과 접선의 관계에 의해 PQ=PG이다(노란 선분). 그러면,
PF'+PH = PF'+PQ = F'Q = 5√2
이다.
따라서 PF의 길이를 s, PF'의 길이를 s'이라 부르면
PF+PF'(=s+s') = PF'+PH+HF = F'Q+HF = 5√2+5√2 = 10√2
가 된다.
이제 쌍곡선의 원리를 이용하면 PF-PF'(=s-s')은 주축의 길이와 같기 때문에 4√2가 된다.
종합하면 s+s'=10√2. s-s'=4√2. 연립 이차방정식을 풀면 s=7√2, s'=3√2가 된다. 따라서 원하는 답은 s^2+s'^2 = 98 + 18 = 116.
생각:
수능 문제가 여러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잘 알고있었지만 문제와 같이 회전합동을 이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처음 문2(18학년 수능 수학(가형) 홀수형 27번)를 접했을 때 아주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보통 회전 합동 테크닉의 경우 기하퍼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수학올림피아드 내지 경시대회 정도에서나 볼 법하기 때문이다.
연도순으로 따지면 이 쌍곡선 문제가 먼저 나왔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매우 악랄하게도 원의 중심표시조차 그림에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맞닥뜨린 당시 수험생들의 고뇌와 좌절이 겪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같은 테크닉을 이용하는 문제를 22년도 수능에 또 내는 것을 보고 한 번 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일전에 써먹은 테크닉이라고 4점에서 3점으로 강등된 건 덤.)
아마 EBS 교재에 비슷한 문제가 하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풀지 않았을까하고 멋쩍게 예상해본다.
c.f. 소개한 문제 1번에선 '두 직선 AF, AF'에 동시에 접하고 중심이 y축 위에 있는 원 중 중심의 y좌표가 음수인 것을 C라 하자.'라고 번잡히 설명되있는 반면 2번에선 그런 얘기가 없다는 것이 눈에 띈다. 번잡하더라도 이렇게 길게길게 설명해야하는 이유는 두 직선에 동시에 접하는 원이 늘 여러 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문2에 주어진 그림이 없었다면 엄밀히 말해 이 문제는 해석의 여지가 둘 있는 잘못된 문제가 된다.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이와 같은 문제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 (모 대학 수리 논술이 이와 같은 위치의 모호성으로 큰일날 뻔한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기억난다.) 아무래도 문제 테크닉과 난이도에 집중하다보면 이런 사소한 부분을 깜빡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더 까다롭고 더 엄밀하게 수능 문제를 만들어야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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