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퍼즐(Dissection puzzle)들을 보면 매우 다양한 과제를 볼 수 있다.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 십자가 등등 친숙한 모양을 이리저리 쪼개 다른 모양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나 간혹 어떤 모양들은 다르게 쪼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과연 분할 퍼즐 중에서 불가능 한 것이 있을까?
답은 아니다. 모든 다각형은 반드시 잘 자르고 다시 붙여서 다른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Wallace-Bolyai-Gerwein Theorem이다. 수학자들이 이 정리를 증명해주었기때문에 모든 분할 퍼즐들은 제아무리 괴상망측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해답이 있다는 걸 보장받을 수 있다.
Wallace-Bolyai-Gerwein Theorem의 증명은 각기의 보조정리가 모여 하나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앞 전 보조정리가 다음의 보조정리를 증명해주고, 그렇게 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가장 최종의 것인 어떤 다각형이든 잘 쪼개고 다시 붙여서 다른 다각형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일 수 있다.
증명에서는 '잘 쪼개고 다시 붙여서 다른 다각형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분할합동이라고 할 것이다. 예로, 정삼각형ABC를 잘 자르고 다시 붙여 정사각형DEFG로 만들 수 있다면, 정삼각형ABC와 정사각형DEFG는 분할합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서로 분할합동이 되는 다각형들은 그 넓이가 같다. 또한, 도형 A와 B가 분할합동이고, 다시 도형 B와 C가 분할합동이라면, 도형 A와 C는 분할합동이다.(수학 용어로는 transitive하다고 말한다.) 이유야 당연히 쪼갠 걸 또 쪼개면 되기 때문이다. 비록 가루가 될 지언정 다각형이 없어지거나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 이는 가능하다.
이제 증명과정을 살펴보자.
Lemma 1. (보조정리 1)
넓이가 같고, 한 변의 길이가 같은 두 평행사변형은 분할합동이다.
증명
위 그림과 같이 평행사변형을 길이가 같은 그 변부터 지그재그로 잘라가면 분할합동이 가능하다.
아래의 웹페이지에서는 자바 애플릿(Java Applet)으로 위 증명을 보여주고 있다. 클릭&드래그로 마음것 평행사변형을 변형시켜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분할합동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http://www.cut-the-knot.org/Curriculum/Geometry/TwoParallelograms.shtml
Lemma 2. (보조정리 2)
넓이가 같은 두 평행사변형은 분할합동이다.
증명 왼쪽의 노란 평행사변형의 양 변의 길이는 a, b이고, 오른쪽의 빨간 평행사변형의 양 변의 길이는 c,d이다. 먄약 두 평행사변형 사이에 양 변의 길이가 a, d인 분홍 평행사변형을 두면 어떨까? 앞선 보조정리에 의하면 노란 평행사변형과 분홍 평행사변형은 분할합동이고(길이가 a로 같은 변이 있으므로), 분홍 평행사변형과 빨간 평행사변형도 서로 분할합동이다(길이가 d로 같은 변이 있으므로). 따라서 중간다리를 거치면 노란 평행사변형과 빨간 평행사변형은 서로 분할합동이 된다.
Lemma 3. (보조정리 3)
넓이가 같은 두 삼각형은 분할합동이다.
증명
어떤 삼각형이 있을 때 위 두변의 중점을 잡아 선을 긋는다. 중학교 때 배우는 중점연결정리에 의해 새로 생긴 선분은 밑변에 평행하고, 그 길이는 밑변의 딱 반이 된다. 따라서 선을 따라 삼각형을 잘라서 위의 삼각형을 옆에 가져다 붙이면 아주 매끈한 평행사변형이 생긴다. 어떤 삼각형도 이와 같이 잘라 붙여서 평행사변형으로 만들 수 있으므로, 이는 두 다각형이 분할합동임을 말해준다. 또한, 앞선 보조정리에 의하면 넓이가 같은 모든 평행사변형들은 서로 분할합동이므로, 삼각형 끼리도 분할합동이라는 보조정리가 증명된다.
Theorem (정리)
넓이가 같은 두 다각형은 분할합동이다.
증명
우리의 증명은 어떤 다각형도 삼각형으로 분할 합동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서 마무리지으려 한다. 그림에선 정오각형을 예로 들었다. 우선, 정오각형의 한 꼭짓점과 그 양 변이 자신의 변인 삼각형을 잘라낸다(하늘색 삼각형). 앞선 보조정리에 의하면 모든 넓이가 같은 삼각형은 분할합동이므로 잘라낸 삼각형을 적절히 분할하여 다각형의 한 변과 일치하게끔 만들 수 있다(분홍색 삼각형). 그러면 처음의 오각형은 그와 분할합동인 사각형으로 바뀐다. 마찬가지로 이 작업을 왼 편에 한번 더 시행하면 사각형은 다시 삼각형으로 바뀐다.(주황색 삼각형이 노란색 삼각형으로)
증명의 요지는 어떤 다각형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각 수가 하나씩 줄어 끝내 분할합동인 삼각형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보조정리3을 이용하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증명과정은 우리에게 일종의 알고리즘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두 다각형을 직접 분할하고자 하면 증명의 역과정을 밟아가면 된다. 우선 다각형을 삼각형으로 만들고, 그 삼각형을 평행사변형으로 만들면 지그재그로 잘라내어 일을 해결한다. 따라서 위의 증명만 잘 이해하고 있으면 어떤 분할 퍼즐도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이제 Wallace-Bolyai-Gerwein Theorem가 반드시 해답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퍼즐 마니아들의 관심사는 최소갯수로 모여든다. 그런데 이 최소라는 것이 말로만 쉽지 막상 달려들면 골치가 아프다. 이는 최소분할해답의 대부분이 매우 지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리의 과정을 거친 다각형은 그 잘려진 모양새가 매우 삐뚤빼뚤하고 또 어떤 조각은 아주 가루가 되며 균형이라고는 찾기 힘는 매무새를 갖추고 있다. 허나 우아한 cutting으로 최소라는 타이틀은 물론 아름다움까지도 얻는 해가 많이 있다.
Wallace-Bolyai-Gerwein Theorem는 해의 존재만 보여줄 뿐 쪼갤 수 있는 최소 개수가 얼마인지 알려주지 않고, 또 대부분의 분할 문제가 최소개수가 얼마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어렵기때문에, 결국 퍼즐러들이 우아하면서도 논리적인 최소 개수 해법을 찾는 일은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
참고
[1]P. M. 에르든예프, 한인기 공저. 유추를 통한 수학탐구. p141-144. 제일 많이 참고했다. 사실 증명의 줄기가 그대로 이 책에 담겨있다.
[2]Greg N. Fredericson. Dissection Plane and F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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