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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퍼즐/퍼즐디자인컴피티션

퍼즐 디자인 대회에 대해서 2.

by Eucleides 2012. 10. 20.

 이전 글에서는 퍼즐 디자인 대회의 상에 대해서 알아보았다면, 이번 글에서는 심사기준에 대해 알아보자.

 

 

퍼즐 디자인 대회에서 쓰는 심사기준은 다음과 같다.

 

1. Innovation(창의성)

새 퍼즐 디자인이 얼마나 혁신적인가? 아니면, 기존의 원리를 얼마나 새로이 응용했는가? 중점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에 있다.

2. Physical Design(디자인의 외형)

디자인의 외형이 퍼즐의 구조와 얼마나 잘 맞아돌아가는가? 세공, 예술성, 적절한 재료의 이용을 고려했을 때 디자인의 외관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3. Positive Solving Experience(퍼즐이 갖는 긍정적 경험)

그 퍼즐을 풀기에 얼마나 '재미'있고 보람이 있는가?

 

(원문

 Innovation

     How innovative is a new puzzle design; or how inventive is te new application of known principles? Emphasis should be given to designs that are completely new.

 Physical Design

     How well does the physical design work together with the puzzle mechanism? How beautiful is the physical design, considering the workmanship, artistry, and use of appropriate materials?

 Positive Solving Experience

     How "fun" and rewarding is the puzzle to solve?

)

 

 

 

 

 

 백문이불여일견. 역대 수상작을 살펴보면서 심사기준을 고찰해보자. (모든 사진 자료는 Design Competition 사이트에서 발췌했음을 알립니다. http://www.puzzleworld.org/DesignCompetition/)

 

 

1. Innovation

 

02년, Gold-Silver-Bronze / Oskar van Deventer (Honorable Mention)

 

 패션 디자이너들의 서바이벌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약칭 프런코)에서, MC인 이소라는 늘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패션계는 냉정합니다. 진보한 디자인은 사랑받지만,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받습니다.' 퍼즐 역시 마찬가지이다. 매년 수십개의 퍼즐이 나오는 상황에서 서로 비슷비슷한 퍼즐들은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진보한 디자인, 참신한 생각은 퍼즐을 푸는 사람에게 언제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다. (아, 대신 퍼즐계는 냉정하지는 않다.)

 

 02년 출품된 Gold-Silver-Bronze는 3개의 조각을 분리시키는 퍼즐이다. 단순히 한 개씩 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않다. 조각 내부의 공간이 작아서 쉽게 풀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히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전의 퍼즐 링들이 갖지 못했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퍼즐은 다른 것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않는 매우 새련되고 참신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03년, Cube in Cage 333 / Mineyuki Uyematsu (Grand Prize)

 

 사실, 다른 퍼즐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하는 행위는 발전성도 없을 뿐더러 비신사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존의 퍼즐에서 새로운 퍼즐을 재창조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실제로 1970년대 말 세계적인 광풍을 휩쓸었던 루빅스 큐브(Rubik's Cube)는 발매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수십개의 서로 다른 퍼즐들이 만들어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이 퍼즐들은 현재 트위스티 퍼즐(Twisty Puzzle)이라는 장르로 묶이면서 세계의 많은 팬들을 만들고 있다.

 

 03년 출품된 Cube in Cage 333는 기존의 Burr 퍼즐에서 볼 수 있는 나무 프레임과 정육면체를 만든다는 소마큐브(Soma Cube)의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지만, 정육면체를 나무 프레임 내부에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새롭다. 주어진 3개의 정육면체 미션을 완수해는 데에는 순차이동과 병합이라는 두 생각을 동시에 이뤄내야 한다. 논리적인 사고 끝에 퍼즐을 완성시키면 대칭이 아름다운 나무 조각품이 완성된다.

 

 

 

 

 

2. Physical Design

 

 

08년, Secret Base / Hiroshi Iwahara (First Prize)

 

 모든 기계적 퍼즐은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계가 내부의 태엽장치를 통해 움직이는 것 만큼이나 정교하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그래서 퍼즐의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다 한들 그 퍼즐의 외형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패작이다. 즉 실재가 구상과 합치되어야 하는 것이다.

 

 06년에 출품된 Secret Base는 현대적인 일본식 퍼즐상자(Japanese Puzzle Box)이다. 이 상자 윗부분은 마치 카메라 조리개와 같은 모양의 뚜껑이 있는데, 이 상자를 열기 위해서는 Secret Base, 즉 비밀기지가 열리는 듯한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이 퍼즐은 대단히도 정교한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그 정밀한 세공 덕분에 비밀기지라는 이름에 걸맞는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10년, Harmony / Dmitry Pevnitskiy, Kirill Grebnew (Puzzler's Award, and Jury First Prize)

 

 퍼즐에도 예술성에 대해 심사해야 할까? 퍼즐이라고 하면 단순히 지적유희의 산물로 머리쓰는 것이 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적퍼즐들은 작품 하나하나가 사실 일종의 미술 조각품으로 생각해도 과언은 아니다. 잘 보면 대부분의 퍼즐이 대칭성과 조화로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퍼즐에서 심미적 요소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예술과 공학 사이의 장벽은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한다." 네덜란드의 키네틱 아티스트 테오 얀센이 BMW의 한 광고에서 말한 멘트이다. 퍼즐에게도 예외는 아닐것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출품된 Harmony는 한 눈에 보아도 퍼즐로서의 모습 뿐만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생각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나무가 주는 따스한 느낌과 다르게 이 퍼즐의 재료인 황동은 금속성 물질로서 차가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높은음자리표의 유려한 곡선이 주는 부드러움이 황동의 금속 느낌과 어우려져서 이 퍼즐의 미(美)를 완성한다.

 

 

 

 

 

3. Positive Solving Experience

 

 

07년, Cast Loop / Vesa Timonen (Puzzler's Award, and Jury First Prize)

 

 어떤 사람들은 어려운 퍼즐이 좋은 퍼즐이라고 생각한다. 치밀하게 계산된 매우 복잡한 퍼즐을 칭찬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풀기 쉬운 퍼즐을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간단한 생각역시 복잡한 것 만큼이나 훌륭할 수 있고, 심지어 간단할수록 오히려 더 우아한 풍미를 자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07년 출품된 Cast Loop는 너무나도 단순한 퍼즐이다. 목표는 두 조각을 하나로 합쳐 하나의 고리(Loop)를 만드는 것이다. 난이도도 쉬워서 어린 아이도 금방 퍼즐을 풀 수 있다. 그러나 이 퍼즐의 백미는 퍼즐의 결과가 아닌 퍼즐이 완성되는 과정에 있다. 서서히 돌아가다가 마침내 두 자석이 만나 '딱'하는 소리와 함께 만들어지는 고리를 보면 순간의 놀라움과 함께 재미를 느끼게 된다.

 

 

 

11년 T+3 / Hiroshi Yamamoto (Honorable Mention)

 

 지적 유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퍼즐에는 유희가 담겨있어야 한다. 그러한 즐거움과 퍼즐을 풀 때의 짜릿함을 통틀어 퍼즐이 갖는 긍정적 경험(Positive Solving Experience)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퍼즐리스트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가 이야기했던 '아하!' 경험과 일맥상통한다. 아하!(AHA!)는 무엇인가 깨달았을 때 내지르는 감탄사이다.

 

 2011년 출품된 T+3은 평면상에 놓인 3개의 조각을 이용하는 퍼즐이다. 각 조각의 모양이 삐뚤빼뚤하여 당최 제대로 된 모양이 나올까십지만, 막상 조각을 모아보면 쉽게 T 펜토미노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퍼즐은 여기서 끝나지않고 더 나아가서 또 다른 모양의 펜토미노를 만들어 볼 것을 권장한다. 다시 길이가 맞아들면서 다른 펜토미노가 만들어지는 모습은 매우 놀라워서 또 다시 손에 조각을 쥐게 한다.

 

 

 

 

 

 

 

 

 위 심사기준은 단순히 퍼즐 디자인 대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퍼즐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면 입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퍼즐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위 기준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 기존의 기술을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 둘째, 탄탄한 공학적 설계와 미적감각이 담긴 디자인, 셋째, 쉽게 흥미를 갖게하는 난이도와 적절한 재미.

 

 

 어디 비단 퍼즐을 만드는 사람만 해당하겠는가? 실상 모든 서비스 제품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단순히 게임이라고 해도 새로운 짜릿함에 목말라있는 게임플레이어들을 위해 게임산업 속 프로그래머들은 늘 고생해서 게임을 만들고, 한낱 음식이라고 해도 고수의 반열에 오른 요리사들이 만든 음식은 먹는 사람에게 있어서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고 한다. 현재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렇듯 다른 세상에까지 적용시킬 수 있는 기준을 보면 퍼즐 디자인 대회의 심사기준이 무척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대회에서 상을 받은 작품들은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모두 훌륭하고 뛰어나다. (더불어 퍼즐 수집가들에게는 대단히 갖고싶은 작품이 된다.) 다음 대회가 열리는 8월 말의 여름가지 남은 시간은 10개월 정도. 또 어떤 퍼즐이 사람들을 깜짝 놀래킬것인가 기대된다.

 

 

 P.S. 퍼즐 디자인 대회의 세 개의 기준의 영어 앞머리 글자를 모으면 IPP, 즉 International Puzzle Party의 앞머리와 같괴 된다. 일종의 언어유희인데, 참 재미나게 잘 짜맞추었다.

(수정 2022.08.26 IPDC란 용어를 없에고 퍼즐 디자인 대회로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