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간단해 보이지만 잘못된 길로 가기 쉬운 함정문제 제 1탄. 이번 문제는 교과과정중 확률 파트에서 조건부확룰 쪽에 연습문제로 나올만한 문제로, 문제 자체는 간단하면서도 오답률이 높아 학교 수학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문제다.
양 쪽 면 모두 흰색인 카드 1장과 양 쪽 면 모두 검은색인 카드가 1장, 그리고 한 쪽 면은 흰색이고 반대쪽 면은 검은색인 카드가 1장 있다. 이 3장의 카드를 잘 섞은 상태에서 임의로 한 장을 골라 상 위에 두었더니 흰 색이 보였다. 이 때 이 카드의 반대편이 검은 색일 확률은?
정말 흔치않게, 엄청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오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
색깔은 검은색 아니면 흰색이다. 따라서 뒤가 검은색일 확률은 반반, 즉 1/2다.
이런 논리는 이분법적 사고의 오류라 볼 수 있다. 그것은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므로 있을 확룰은 반반, 즉 1/2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보통 오답을 내놓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임의로 고른 한 장의 카드가 흰 색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카드는 검은색-흰색 카드이거나, 흰색-흰색 카드일 것이다.(검은색-검은색 카드는 제외.) 두 카드 중 하나가 뽑힐 확률은 random하다는 가정 하에 서로 똑같으므로 현재 뽑힌 카드가 검은색-흰색 카드일 확률은 1/2이다. 따라서 뒷면이 검은색이 될 확룰은 1/2다.
잘 들어맞는 설명같지만, 애석하게도 답은 틀렸다. 정답은 1/3이다. 문제의 핵심은 카드 중심의 생각을 버리고 면 중심의 사고를 하는 데에 있다.
본래의 해답은 2가지 방법으로 구할 수 있다.
1. 모든 경우를 생각해본다.
검은색을 B, 흰색을 W라고 하자. B, W로 표기하자면, B-B, B-W, W-W 총 3장의 카드가 있다. 이를 토대로 수형도를 그리면 위 그림과 같이 된다. 총 6면이 있고, 그 중 셋이 B이고, 남은 셋이 W이므로, 보여진 면이 세로로 BBBWWW로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제 이 수형도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보자.
보여진 면이 흰색이라고 했으므로, 위의 세 줄은 버리고 아래 세 줄만 보자. 보여진 면이 W인 상황에서 그 뒷면이 B인 경우는 3가지중 겨우 1가지에 불과하다. 따라서 확률은 1/3이 된다.
2. 조건부확률을 이용한다.
A를 보여진 면이 흰색인 사건, B를 뒷면이 검은색인 사건이라 하자. 구하고자 하는 확률은 조건부확률 P(B|A)이다.
A와 B의 교집합 사건은 생각하자. 이는 앞뒷면이 흰색검은색인데에 처음 꺼냈을 때 흰색이 보여야 하므로, 확률은 1/3*1/2=1/6이다. B가 일어날 확률은 BBWBWW중 B를 세어 계산하면 3/6=1/2이다. 따라서,
조건부확률을 이용하면 1/3이 답으로 나온다.
1, 2의 서로 다른방법으로 1/3을 도출했으므로, 별다른 이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종종 답을 1/2로 착각한 것은 W-W카드의 앞과 뒤를 구분하지 않아서 인 듯 하다. 앞뒤가 둘다 하얗게 칠해져 있으므로 순간 그냥 같다고 파악해버리는 것이다. 만일 카드에 앞과 뒤라고 적어 파악해 본다면 쉽게 1/3을 알 수 있다.
이 카드 게임은 '베르트랑의 상자 역설'로 알려진 게임을 변형시킨 것이다. 프랑스 수학자인 베르트랑(J. Bertrand)은 1889년에 출판된 확률론에 관한 책에서 그것을 소개했다.[1] 본래의 내용은 금화와 은화이야기지만, 역설의 본질은 카드로 각색된 문제와 다르지 않다. 사실 이 문제는 매우 다양한 각색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수학시간에 처음 들었던 카드로 각색한 이 문제가 제일 깔끔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참고
1. 마틴 가드너, 이야기 파라독스. 5장 확률의 패러독스 편에서.
2. 제러미 스탠그룸, 패러독스 논리학(원제:Einstein's Riddle. Riddles, Paradoxes, and Conundrums to Stretch Your Mind) 첫 장 3번째 문제. 여기에선 진주와 석탄이 베르트랑이 소개한 금화, 은화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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