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전에 SBS에서 '머리가 좋아지는 TV'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었다. 그 때 MC가 김승현씨와 정은아씨였고, 패녈들은.. 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용은 말 그대로 '머리가 좋아진다는' 각종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좌측에 패널들이 책상 앞에 앉아있고, 그들의 우측에 큰 TV스크린이 있어서 거기서 나오는 문제를 푸는 것이다.
큰 TV스크린과 그 앞에서 문제를 푸는 사람들. 이 양식은 후일 대부분의 '머리가 좋아지는' 프로그램에 영향을 주게 된다.
(추가 : 이 형식이 일본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먼저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당시 우리나라의 예능은 대부분 일본의 프로그램들과 유사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진짜로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너무 오래 된 일이라서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뒤에 서술할 '스펀지'는 일본의 '트리비아의 샘'의 구성을 차용한 것이 맞다. 그나마도 계속 포맷이 바뀌기는 하지만.)
구글링으로 겨우 찾아낸 고대자료. 그나마도 머리가 좋아지는 TV 제작진이 쓴 책의 표지다. 당시의 TV화면이 책 표지 하단에 콩알만하게 보인다. 사진에 보이는 두 MC는 좌측이 정은아씨, 우측이 김승현씨.
문제 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실력이 똑같은 두 사람 A와 B가 같은 거리를 두고 달리기 시합을 하였다. 동쪽으로 뛸 때는 A가 이겼는데, 서쪽으로 뛸 때는 B가 이겼다. 바람 등의 외부 방해가 없었고, 또 A와 B가 두 시합을 똑같은 컨디션에서 치루었다면, 경기의 승패가 차이난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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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 모양의 성에 왕과 12명의 병사들이 있다. 왕은 병사들에게 동서남북 각 벽을 바깥에서 3명씩 지키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본인은 성 안에서 각 창문을 통해 각 방향바다 병사들이 3명씩 있는지 확인했다.
어느날 보초에 지친 병사들중 4명이 도망쳤다. 다행히 남은 8명의 병사중 한 명이 꾀를 내어 사람들을 재배치시킨 덕에, 성 안의 왕이 병사 수가 줄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않을 수 있었다. 어떻게 재배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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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팔을 그림과 같이 끈으로 묶었다. 매듭을 풀거나 끈을 자르지 않고 두 사람을 분리시켜보아라.
그 외에 '과유불급을 상징하는 항아리가 있다. 비어있으면 쓰러지고, 물을 가득 채워도 쓰러지지만, 반 만 채우면 균형을 잡는 그런 항아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혹은 카드를 여러 장 주고 '카드의 가로 세로 비를 구하여라.'와 같은 문제들이 기억난다.
문제들을 보면 알겠지만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퍼즐, 수수께끼가 주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리 속에서 빛이 팟하고 터지지 못하면 멍청해질 수 밨게 없는 문제들이다. 위의 끈 문제는 특히 그러해서 패널들이 통아저씨가 되도록 열심히 몸을 꼬았으나 그럼에도 못 풀어서 MC들이 답을 알려주고나서야 겨우 해결했었다. 아마 지금도 사람 둘을 이렇게 묶으면 못 푸는 사람이 수두룩 할 것이다.
수수께끼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 덕에 프로그램은 잘 진행되었지만, 문제가 떨어진건지 호기심이 떨어진건지 아무튼 어느 순간 보니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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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몇년 뒤인 2002년 MBC일밤에서는 '브레인 서바이버'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MC는 02, 03년 MBC방송연예대상에 빛나는 김용만씨 혼자로, 화면에 대형 TV스크린 속에 등장하여 진행하였다. 그 TV스크린은 당연히 시청자를 위한 문제출제용. 패널들은 그 커다란 스크린 아래에서 책상에 않아 카메라 방향의 다른 화면을 보며 문제들을 풀었다. 패널로는 아마 지상렬씨, 조형기씨, 청학동에서 오신 분등 다방면의 연예인들이 출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를 풀어서 1등이 상금을 받되 그 상금을 모교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그것을 위해 말 그대로 서바이벌방식을 취했는데, 포맷은 조금씩 바뀌었으나 1등을 뽑는 제도는 유지하였다. (어쩌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원조?)
역시 고대자료. 구글링으로 겨우 찾은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urples_blog&logNo=100170482564&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
아래쪽이 패널들이고 (신화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신화 팬의 캡쳐인 듯 하다.) 위의 큰 TV스크린이 김용만MC의 화면이면서 또 문제가 나오는 화면.
문제 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단어 조합 퍼즐
여러개의 글자를 보고 주어진 주제에 맞는 단어를 조합해서 맞히는 게임 초기에는 2라운드 대결로 했었지만 2003년 9월부터 결승전에서 다시 부활했었다.
예시.
문제 주제어:개그맨 이겅규김용준유제식간오동 정답:이용식
(출처 : http://ko.wikipedia.org/wiki/%EB%B8%8C%EB%A0%88%EC%9D%B8_%EC%84%9C%EB%B0%94%EC%9D%B4%EB%B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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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 먹은 용만이 찾기
야바위 게임에서 구슬이 떡으로, 컵이 김용만의 캐릭터로 바뀐 판이다. 누구 한 명이 떡을 먹고 마구 섞인 뒤 떡을 먹은 게 누구냐는 것. 나중에 가서는 처음 떡을 먹은 용만이가 도로 뱉어서(!) 다른 용만이가 먹는 낚시도 발생하였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았지만, 일밤의 새 프로 '승부의 신'에 또 문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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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챙이송
3D 캐릭터가 올챙이송에 맞추어 추는 율동을 보고 그것을 기억해서 푸는 문제. 이 노래는 그 당시 엄청난 대 유행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올챙이는 뒷다리가 먼저 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게 되었다.
그 외에 최후의 일인에게 주어지는 '기억의 계단' 문제도 있었다.
화면에 보여지는 색깔 10개를 순서대로 기억에서 계단을 오르는 것이 과제이다. 5분 안에 해내야 하는데, 기억이 안나면 내려와서 다시 순서를 보고 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린 연예인들이 많았다. U.N. 멤버였던 김정훈씨가 이 과제를 한 방에 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후에 그는 그의 뛰어난 두뇌로 일본의 한 올림피아드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게 된다. 멋있다.)
문제는 전형적인 두뇌 트레이닝 문제이다. 기억력, 관찰력이 요구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나 아이디어가 전혀 필요하지 않기에 위의 머리가 좋아지는 TV와는 전혀 다르다. 몰론 논리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래도 위의 단어 조합 퍼즐은 뭔가 재미있지 않은가? 제시어 속에서 전혀 상관없는 단어가 튀어나오니 말이다.
그리고 브레인 서바이버는 꽤 오래 선전하다가 여러 포맷을 거친 끝에 2005년 7월에 막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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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것에 자극받은 KBS역시 '머리를 쓰는'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일요일 아침에 했던 '두뇌왕 아인슈타인'이라 스펀지에서 속코너로 했던 '머리를 써라, 풀어야 산다.'등이 그것이다. '두뇌왕 아인슈타인'은 '브레인 서바이버'와 거의 같으므로 설명은 넘어가고 스펀지-머리를 써라, 풀어야 산다(이햐 풀어야 산다)를 보자.
본래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은 지식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예능으로, 시청자가 보내준 귀중한 지식 제보로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초기에는 신선한 내용과 지식제보금 100만원을 노린 시청자들의 꿀같은 제보가 줄줄이 이어졌으나, 슬슬 시들시들해지더니, 시청률을 얻기위한 자극적인 내용(예를 들면 종말론)이 늘어났다. 포맷또한 계속 바뀌어서 스펀지 2.0, 스펀지 제로등 몇 개의 시즌으로 나뉘기도 했다. 속코너 '풀어야 산다'가 등장한 것은 마지막 시즌인 스펀지 제로였다(약 2011년 경).
설특집으로 구성된 머리를 써라 파일럿 프로그램. 이후 시청자들의 호응에 스펀지 제로 속코너로 정착하게 된다.
(출처 :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5013156&ctg=1502)
'풀어야 산다'는 벌써 이름에서 그대로 나타나듯이 연예인들이 머리를 쓰는 문제를 푸는 내용이다. 처음엔 좀 괴상하게 영화 '쏘우'를 모티브로 썼는데 중요한건 배경이 아닌 문제뿐이었으므로 나중에 가서는 문제들에 포커스가 맞춰지게 되었다. 연예인 김정민씨(女)가 몇 개의 문제를 척척 풀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문제 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노란 빨대 2개가 그림과 같이 삼각대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 손으로 만지지 않고 주황색 빨대 하나로 노란 빨대 2개를 들어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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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상자에 수직으로 못 하나가 박혀있다. 12개의 못을 이 수직으로 박힌 못 하나 위에 전부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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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과 펜 한장이 있다. 펜을 한번도 떼지 않고서 그림과 같이 점과 원 하나를 그려라.
그 외에도 '끈을 잡아서 매듭 묶기, 단 한번 끈을 잡으면 놓을 수 없다.' '학종이 크기의 종이를 가위로 구멍을 내서 소주병 크기의 병을 통과시키기.'등이 있었다.
주로 출제된 문제들은 생활 밀접 형 아이디어 문제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마치 불가능할것만 같은 과제들을 해내야 한다. 생활용품을 이용한 문제들이 거의 전부였기 때문에 집에서 시청하던 사람들도 다 같이 방송과 동시에 풀어 볼 수 있어서 호응이 대단했다. 문제들의 질도 매우 좋아서 해답을 보면 머리를 탁치고 '아하!'하게 만든다. 그런 문제가 좋은 문제이다.
그러나 제보된 문제가 아닌 스펀지 제작진이 낸 문제는 나의 조사 결과 '마술 핸드북 5, 파티마술&스턴트와 퍼즐 마술'(니콜라스 아인혼 지음, 정지현 옮김, 삼호 미디어)을 그대로 참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를 알리지 않고 '우리가 발견했다.' 내지 '우리가 먼저다'식의 기묘한 편집덕에 역시 명불허전 스펀지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퍼즐 문제들을 널리 알리는 것은 좋지만, 출처를 밝히는 일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스펀지는 무수한 포맷 변경 이후 2012년 9월 22일을 기점으로 예능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부활할 가능성은 없잖아 있다. 그래서 더 무섭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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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9일 새로운 '머리를 쓰는' 프로그램이 MBC에 등장한다. 이름은 '최강 연승 퀴즈쇼 Q' (어찌 머리 쓰는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이름이 가제(假題)를 안 고치고 써버린 것만 같다. 전통인가?) 진행은 손범수, 아이유, 박명수씨이다. 손범수씨가 좋은 아나운서 톤으로 문제를 내고, 아이유씨가 해설을 하는 동안 박명수씨가 예능 분위기를 살리는 형식이다.
'대한민국 퀴즈쇼에 새로운 트렌드가 시작된다'
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올해 2012년 등장항 퀴즈프로그램 '최강연승 퀴즈쇼 Q'
다른 퀴즈 프로그램들과 달리 사라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사진 출처 : MBC)
이제 껏 연예인들이 문제를 풀어온 것과 달리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전부 일반인들이다. 일반 퀴즈상식프로그램+브레인 서바이버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세트 구성도 브레인 서바이버와 똑같다. 상금은 첫 우승시 천만원부터 시작에서 매 주 새로운 도전자를 물리치고 7연승하면 3억까지 준다. 그렇기는 해도 대게 3연승정도에서 다른 도전자에게 패배하게 된다.(하지만 편성된지 얼마 안가서 진짜로 3억을 내주게 되는데...)
초기 문제 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가장 무거운 사람은?
/
한 가운데에 올 문양은 무엇일까?
/
정육각형이 있다. 색칠된 부분의 널이가 40일때, 정육각형의 전체 넓이는 몇인가?
그 외에도 'ㅎ, ㄷ, ㅅ, ㄴ, ㄷ, ? 에서 ?에 올 한글 자음은?', '0 > 2, 2 > 5, 5 > 0 이 성립하는 상황은?'등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문제 분위기는 수리력, 추리력, 공간지각력을 요구하는 흔히 말하는 IQ문제(혹은 흔히 말하는 멘사문제)이다. 브레인 서바이버처럼 빠른 시간 내에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이번에는 기억력이 아니라 수리, 추리 능력등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문제가 훨씬 더 흥미롭고 순간 빠져들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11월) 금요일 밤 8시 50분으로 재편성되어 방송되고 있다. 여기서는 이 프로그램의 현 상황과 존망을 점쳐보고자 한다.
초기에는 한 팀에 10명씩 나와야 했다. 당연히 부담스러운 조건이고하여 8명으로 줄었다가 지금은 짝꿍 형태로 바뀌었다. 가장 다행인 부분. 상금문제를 말 하지 않을 수가 없다. 7연승 시 최대 3억원을 주는데,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상금이 높았던 이유는 '최강연승'은 이루어지지 않을거라는 제작진의 생각이었겠지만, 최근 변호사 임윤선씨가 진짜로 7연승을 하여 다른 도전자들의 투지를 불태우게 하였다. (대신에 스폰서는 울었다는 후문이.)
내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문제의 고갈'이다. 지금도 수많은 제보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문제를 올리고 있지만, 앞선 사례를 보면 이상하게도 시청률이 시들시들해지더니 그대로 추락해버린다. 최근 '최강연승 퀴즈쇼 Q'를 보면 분명히 외쳤던 '상식이 필요없는 퀴즈'라고 초창기 멘트가 쏙 들어가서는 버젓이 상식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다행히 지금도 퍼즐 문제는 꾸준히 출제되고 있지만, 최종 결승 문제에 빠지지 않고 qwerty자판문제가 나왔을 때는 '이거 말이 다르잖아!'하고 적잖히 당황했다. 순수 퍼즐 문제는 직관이 필요하지만, 시사상식 문제는 온전히 '기억력'에 의존하는 것 아니겠는가!
만약 이런 추세로 가다가 상식 문제의 비중이 더 커지면 일반 퀴즈프로그램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생존에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시청자들도 상식 문제보다는 퍼즐 문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PD는 올바를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다음 봄 개편대까지 살펴보아야 겠다.
11/30일 추가
프로그램을 보니 1대100느낌이 너무 많이 난다.(손범수씨도 있고하니) 물론 아이큐문제는 나오고있으나, MBC측에서는 '생방송 퀴즈가 좋다'이후 그냥 일반인 퀴즈대회로 최강연승퀴즈쇼Q를 밀려는 생각인가보다. 순수 퍼즐 쇼는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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