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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훌륭한 퍼즐의 조건

by Eucleides 2012. 2. 15.

 나는 지금까지 많은 퍼즐을을 접해왔다. 어릴 때 부터 모아온 퍼즐 관련 서적이 이미 내 책장 한 층을 차지해버렸고, 알고 있는 퍼즐 관련 웹사이트도 수십 군데이다. 물론 이것이 세상의 모든 퍼즐을 다 섭렵했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도 내가 모르는 어떤 곳에서는 퍼즐이 만들어지고 있을 텐데, 나는 그러한 수많은 퍼즐들을 보지 못하고 단지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퍼즐들을 접한 결과 나에세 좋은 퍼즐을 가려내는 최소한의 안목은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퍼즐의 조건을 적어보자 한다.

 1. 단순성
 좋은 퍼즐을은 문제가 복잡하지 않다. 물론 이것이 세 살배기 아이도 푸는 쉬운 난이도를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쉬운 것은 난이도가 아닌 그 퍼즐의 구조이다. 즉, 처음 퍼즐을 접하고 나서 문제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복잡하게 뒤틀린 문제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멀어지가 만든다. 사람들의 흥미를 사로잡는건 단순한 모양새이다.

 2. 적정난이도
 너무 쉬우면 흥미를 잃고 너무 어려우면 관심이 돌아간다. 적절한 난이도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것은 절대 단순성과 모순되지 않는다. 가령 루빅스 큐브같은 경우, 퍼즐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쉽게 이해한다. 하지만,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는 이와 반대로 잘 찾아내지 못한다. 이와 같은 성격 덕분에 큐브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퍼즐이 되었다.(개인적으로, 큐브는 그 난이도가 적정선보다 높은 것 같다.)

 3. 독창성
 단순한 문제은행식 학습지는 아이의 실력은 쌓을 지언정, 절대로 재미를 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IQ테스트랍시고 나오는 공간지각 테스트들(나무토막이 몇개입니까? 식의 문제들)이나 요즘 서점에 쌓여있는 스도쿠 문제은행 책들은 퍼즐로서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도쿠라는 것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 독창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허나 스도쿠 문제들이 범람하고있는 요즘은 처음의 그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 퍼즐도 패션처럼 계속 변모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주어야 한다.

 4. 아름다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핵심적인 조건이다. 퍼즐이 아름답다 하는 것은, 그저 예쁜 것이 아니라 미적인 감각이 들어가야 한는 말이다. 단순하고도 세련된 미, 고루하지 않고 독창적인 감각이 녹아 들어간 퍼즐이야 말로 푸는 사람에게 있어 최고의 진미이다. 또한 퍼즐을 푸는 과정에서 느끼는 대칭성이나 반복성, 그리고 퍼즐을 풀고 난 뒤 느끼는 희열도 퍼즐 그 자체의 미(美)와 더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퍼즐을 두뇌향상을 위한 도움판이나, 심지어 자기과시용 도전문제로 여기는 듯 하다. 나는 이런 입장과 완전히 반대 쪽에 있다. 퍼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고고한 매무새를 갖춘 동시에 사람들에게 유희를 안겨 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조록 두가지를 다 고루 가진 훌륭한 퍼즐을 더 많이 만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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