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계적퍼즐

C자 고리의 홀짝성

by Eucleides 2017. 6. 26.

이번 글에서는 기계적퍼즐, 특히 캐스트퍼즐을 다루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인 C자 고리의 홀짝성에 대해 다룬다.


그림1. O ring and C ring



 수학적으로 홀짝성(parity)란 정수의 홀수, 짝수적 특성을 이야기한다. 몇몇 퍼즐들에서, 특히 조합론적 성질이 강한 퍼즐들에 이 홀짝성을 도입하면 문제가 매우 쉽게 풀리기 때문에 홀짝성은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수학적 도구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여러 기계적퍼즐 중에서 C자 고리를 이용하는 퍼즐들을 살펴보면 일종의 홀짝성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면 퍼즐의 전체적인 구조를 매우 쉽게 파악할 수 있다.



1. C자 고리

그림2. 여러 모습의 C자 고리


 C자 고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반적인 고리에서 한 부분이 끊긴 모양을 하고있다. 위 그림과 같이 C자 고리는 여러가지 모양이 있을 수 있는데 고리가 끊긴 부분, 즉 '입'이 고리 두께에 비해 좁으면 통상적으로 다 C자 고리라고 부른다. 이렇게 좁은 입을 가져야 C자 고리들이 서로 연결된다고 할 때 쉽사리 풀리지 않게 된다.(그래야 퍼즐 풀 맛이 나기도 하고.)


 그렇다면 C자 고리 두 개를 연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입이 좁으니 당연히 그 좁은 틈을 통과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고리 안에 얇은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공략하면 되지만, 일부의 경우 입구와 입구끼리 맞닿게 하며 풀어야하는 독특한 경우도 있다. 많은 종류의 캐스트퍼즐들이 이런 입맞춤을 이용해야하며 덕분에 이 트릭은 기계적 퍼즐 팬들에게 매우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보편화되었다.

그림3. C자 고리의 연결

왼쪽과 같은 형태의 C자 고리 두 개가 있다고 할 때 중앙이 고리의 얇은 틈을 이용하는 모습이고 오른쪽이 고리의 두 입을 맞추는 모습이다.



2. 연결상태


 먼저 O자 고리의 연결상태에 대해 알아보자.


그림4. O자 고리의 연결상태


 O자 고리의 연결은 매우 단순한 상태이지만 잘 생각하면 독립적인 두 가지 상태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조각을 바로 잇는 경우와 뒤집혀서 잇는 경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림을 참고하면 왼쪽 조각을 고정시킨 상태에서 오른쪽 조각을 홈이 앞에 보이게 연결시키거나 뒤에 안 보이게 연결시키거나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물론 조각이 바로 있다는 설명은 어폐가 있을 수 있다. 글에서는 바로 보이는 면을 바른 면이라 칭했지만 실재로 조각에게 있어 '올바른 면'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이 두가지 상태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즉 한 상태에서 아무리 조각을 돌리고 이리저리 움직여봐도 다른 상태로 바뀌지 않는다. 강제로 상태를 바꾸고 싶다면 고리 중 하나를 강제로 부수는 수 밖에 없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주의! 만약 고리가 앞뒤로 대칭이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C자 고리의 연결상태로 위와 동일하다. 하지만 C자 고리들은 연결과 분리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므로 O자 고리의 연결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C자 고리의 연결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꿀 수 있다!


그림5. C자 고리의 연결상태


 그림을 보면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고리들을 분리시키고 하나를 뒤집은 다음 다시 연결시키고 있는 중이다.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변환은 기계적 퍼즐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 간단한 움직임 도표는 매우 작은 형태의 state diagram으로 볼 수 있으며 두 C자 고리는 아주아주아주 쉬운 기계적 퍼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그림5의 예시에서는 상태변환을 할 때 두 조각이 서로 분리되어야하므로 재미라고는 1도 없고 의미도 없다. 만약 조각의 모양을 바꾸면 어떨까?



3. 변환

 

그림6. C자 고리의 상태변환


 그림 상단과 같은 동일한 C자 고리 2개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두 고리는 자연스럽개 입과 홉이 맞아들어가서 그림과 같이 십자모양으로 끼울 수 있다. 여기서 서로 밀면 오른쪽아래, 서로 당기면 왼쪽아래가 된다. 좌우 두 상태는 과거에는 왔다갔다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입과 홈의 모양을 약간 더 바꾸는 것으로 문제가 훌륭히 해결되었다. 두 상태가 고리를 서로 분리되지 않고도 변환이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림 왼쪽아래와 오른족아래 중 오직 하나만이 두 고리를 분리시킬 수 있는 상태이다. 혹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는가?(고리를 머리속에서 회전시켜보라!)


 '고리분리가 없는 상태변환'은 매우 중요한 컨셉으로 많은 기계적퍼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트릭을 많아 사용하는 작가는 Oskar van Deventer로, Lucky Clover, Cast Keyring, Cast Twist등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다. Oskar가 만들어낸 퍼즐들은 물론이고 입과 홈을 조금씩 바꾸기만해도 수만가지 변주가 가능하다.



4. 정리

 지금까지 C자 고리를 서로 엮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았다. 정리하면,

 1 고리의 연결은 두가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가능하다.

  1-1 고리 하나를 왼편에 고정시키고 다른 고리를 오른쪽에 두면 한 상태는 앞면, 다른 상태는 뒷면을 보여준다.

 2 보통의 경우 두 상태는 변환불가능하다. 즉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꿀 수 없다.

 3 입과 홈을 특이하게 만들 경우 상태변환이 가능하다.

  3-1 특수경우에 한해 한 연결상태에는 고리가 분리 불가능하지만 다른 연결상태에는 분리가능하다. 


이런 현상이 주는 퍼즐로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고리의 연결은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두 연결상태를 엄격하게 구분해야하는 퍼즐을 풀 때 십중팔구 헤매게 된다.

 2 고리의 연결에 두가지 방법이 있다는걸 알아도 겉보기로 바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고리의 앞뒷면이 비슷비슷하면 더욱 헷갈리며 이는 곧 퍼즐의 난이도로 직결된다.

 3 퍼즐의 연결상태가 많으면 많을수록 state diagram은 미로처럼 복잡해진다. 고리의 연결상태가 여러가지가 되면 당연히 전체 퍼즐의 연결상태로 많아지고 이에 따라 퍼즐을 풀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장점이 많으니 많을 기계적 퍼즐들에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을 거꾸로 이야기하면, 고리 연결의 홀짝성을 이해하면 할수록 퍼즐을 이해하는 눈이 넓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루게 될 수많은 기계적 퍼즐들에 대해 이 글이 필시 도움이 될 것이다.



(C자 고리의 홀짝성이라는 제목은 책 「The メカニカルパズル130」안에서 가지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