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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퍼즐/게임이론 퍼즐

그와 그녀의 마지막 선택

by Eucleides 2012. 9. 14.
 여기는 한 공원, 맑은 호수 위로 여러명의 TV관계자들이 보인다. 지금 찍고있는 것은 흔하디 흔한 짝 찾기 프로그램으로, 남자 출연자와 여자 출연자가 낮시간동안 데이트를 한 후, 해 질 무렵에 상대방과 진지하게 사귀어볼지 선택하는 내용이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방금 남자출연자가 도착했다. 상대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이 다 되도록 여자출연자는 끝내 오지 않았다. 속된 말로 차인것이다. '안타깝네요, 두 분 잘 어울렸는데.' MC의 상투적인 멘트와 함께 프로그램은 끝난다.

 

 이런 종류의 짝찾기프로그램은 언제나 시청자의 호기심을 사로잡는 모양인지, 잊혀질만 하면 어느새 비슷한 포맷으로 새로 생겨난다. 아무래도 남의 연애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그 어느 세대에도 끊기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프로그램의 주인공에 대입시켜서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고싶은 것은 맞선에 관한 것이 아니라 맞선 과정에서 필요한 최종 선택이다. 데이트를 마친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은 선택을 해야한다. 만약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꼈다면 약속의 무대로 간다. 만약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바로 집에 가면 된다.(영상편지는 덤이다.) 변칙적인 행동이 없는 한 두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1. 만약 Yes를 택하면 상대의 선택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약속의 무대에서 기다라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 만약 No를 택하면 상대의 선택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약속의 무대를 떠나벼렸기에 전혀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3. 나와 상대의 선택을 두 사람 외에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것을 일종의 게임으로 본다면 두 사람은 선택에 따라 정보가 달라지는 대칭적이지 않은 게임을 하는 셈이다. 이런 유형의 게임을 '최종 선택 게임'이라고 말해보자. 이 게임의 좋은 점은 No를 외친 사람이 굳이 상대의 선택을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은 피했는데 상대는 응했다는 걸 알면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 된다. 이 게임은 그것을 피한 것이다.

 또한 Yes를 선택한 사람에게 있어서도 좋은데, 상대에게 퇴짜맞았을 때 생기는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차이더라도 퇴짜놓은 상대방은 나의 선택을 모르기 때문에 '나 또한 너 싫었다' 식의 다소 쿨(cool)한 모습으로 다시 생활할 수 있다. (물론 TV 프로그램이었다면 모든 정황이 카메라에 찍혔을테니 어쩔 수 없겠지만.)

 마지막으로 이 게임은 오직 '너와 나' 두 사람만 참여하기 때문에 제 삼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제 실생활에서 생각해보자.

 

 보통 맞선이 이루어지고 난 뒤면 주선자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보고 각자에게 정보를 통보한다. 이 때 문제점은 주선자라는 제 삼자가 개입하기 때문에 일이 잘 안풀렸을 경우 소문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절당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나 이외에 다른 누군가가 안다는 것은 다소 껄끄러운 상황이다.

 

 또 다른 예를 생각해보자. 가령 호감이 있으면 상대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낸다고 하자. 이 경우 호감이 없던 사람에게서 갑작스레 문자가 도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2번 규칙에 맞지 않으므로 '최종선택게임'이 아니다. 이런 경우 거절한 쪽도, 거절당한 쪽도 서로 얼굴보기가 괜히 민망해진다.

 

 

 그렇다면, '약속의 무대'를 쓰는 방법 이외에 다른 최종선택게임에는 어떤 것이 있겠는가? 예를 많이 들수록 좋다.

가장 간단한 게임

 

다른 게임

또 다른 게임

 

 

 

 본 문제와 가장 간단한 최종선택게임에 관한 것은 '논리학'수업시간에 들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게임이론보다는 논리학의 냄새가 더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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