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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퍼즐/체스 퍼즐

백 킹은 어디에 있는가?

by Eucleides 2019. 1. 20.

 실력을 쌓기 위해 풀어보는 대부분의 체스 문제들은 mate in x 문제 처럼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역행(Retrograde) 체스 문제에서는 '어떻게 둘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두어졌는가?'에 집중한다. 판 위의 기물들이 어떻게 움직여와 지금의 상태가 되었는지, 그 이력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문제들에 주어지는 절대 조건은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양 체스 선수들이 체스 규칙에 입각해 경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보통의 이기기위한 체스 경기를 했을거라는 보장은 없다. 뻔히 체크메이트할 수 있는 수를 두고 엉뚱한 기물을 움직인다던가, 멀쩡한 기물들을 마구마구 헌납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마구잡이로 일어났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아무튼간에 체스 규칙 만큼은 엄격하게 지켜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체스 규칙을 꼼꼼히 이해하는 것이 retrograde 체스 문제를 푸는 데에 필수적이다. 앞으로 풀어볼 놀라운 문제들을 이해하기위해 규칙을 숙지하도록 하자.

 

 

 다음의 문제는 논리학자 Raymond Smullyan이 만든 아름다운 retrograde 체스 문제이다. 출처는 그의 저서 The Chess Mysteries of the Arabian Knights이다. (문제는 각색이 조금 들어가있다.)

 

 

체스 경기 도중 선수의 실수로 백 킹이 판 바깥으로 떨어졌다. 원래 백 킹의 위치는 어디인가?

 

 

정답 및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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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킹의 원래 위치는 c3이다.

 

 기본적으로, 백 킹과 흑 킹은 절대 서로 붙어있을 수 없다. 서로 붙어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체크하고 있는 상태인데, 그렇다는 것은 바로 직전에 선수 누군가가 스스로를 체크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는 체스 규칙에 위배되므로 모순이다. 특히, 백 킹이 c2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주목할 것은 a4의 백비숍이 흑 킹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백 킹이 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면 백 킹은 c2는 안되고 b3에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 자리는 흑 룩과 흑 비숍이 동시에 공격하고 있는 자리다. 백이 더블 체크 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되기 직전에 백은 체크상태가 아니었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이 체크 상태를 방관하고 한 수 두었다는 뜻이기때문이다. 체스 규칙에 의하면 백은 반드시 자신의 체크상태를 해소해야하므로 그렇다.(못하면 체크메이트로 게임이 당장 끝나버린다.)

 문제의 더블 체크를 역행과정에서 없애려면 디스커버 체크가 일어냐야 하는데 룩이 c4에서 b5로 가는 것도 안 되고, 비숍이 b4에서 d5로 가는 것도 안 된다. 결론은 백 킹은 b3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백 킹이 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지 않았다면, 흑은 체크당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체크가 아닌 상태에서 백이 수를 두어 체크를 만들었을 텐데, 대각선으로만 움직이는 비숍의 특상상 비숍의 움직임만으로는 체크가 아닌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결국 체크는 백 킹이 움직이면서 비숍의 디스커버 체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백 킹은 백비숍과 흑 킹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어야한다. 기본 논의에 의해 c2는 안 되고, 결국 백 킹은 b3에서 어딘가로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문단을 정리하면, 백 킹은 판 위의 상황 바로 직전 b3에 있었다. 하지만 백 킹이 b3에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예전 문단에서 증명하였다. 난관에 봉착하지만, 거꾸로 여기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포인트이다. 모순을 피하기 위해선 우리의 상황이 예전과 무엇이 다른지 숙고해야한다. 백 킹이 그냥 b3에서 어딘가로 움직였다면 상황은 똑같다. 이를 타파하는 길은 백 킹의 움직임이 사실 기물을 잡는 행위(!)를 동반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하면 한 수 전으로 역행했을 때 백 킹이 b3에 있는 것과 더불어 아직은 알 수 없는 흑 기물 하나가 어딘가에 또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적어도 이 기물은 b4나 c4에 있었던 건 아니다. 백 킹이 이 기물을 먹어서 없애야하는데 b4나 c4에 가면 스스로 체크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전의 논의에서 b3에 있는 백 킹은 흑 룩과 흑 비숍에 의해 더블 체크당하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b4와 c4는 비어있기 때문에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시 이전상황으로 돌아가려면 체크상태가 풀려야한다. 룩이나 비숍이 움직이는 경우는 안 된다고 이미 얘기했으므로 유일한 희망은 알 수 없는 흑 기물 하나이다. 이 기물은 두 체크를 동시에 막았다가 동시에 풀어야하는데, 일반적인 움직임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흑 기물 혼자만으로는 b4와 c4 두 칸을 매울 수 없고, 또 다른 백 기물이 있어 이 흑 기물이 백 기물을 잡았다고 해도 b4에서 c4로, 혹은 c4에서 b4로 움직일 뿐이라고 더블 체크가 되지 않는다. 

 최후의 가능성을 흑 기물이 백 기물을 잡긴 잡되 백 기물이 있던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체스 규칙 중에서 이런 예외적인 움직임이 사실 가능하며, 그 유일한 경우는 폰의 앙파상(en passant)뿐이다!! 앙파상의 특수성에 의해 우리는 두 기물은 백 폰과 흑 폰이었으며, 백 폰이 c2에서 c4로 이동하자 b4에 있던 흑 폰이 c3로 이동하면서 c4의 백 폰을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흑 폰을 백 킹이 잡으면서 현재 상태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백 킹은 c3에 있게 된다.

 

 

아래 그림은 백 폰이 움직이기 직전의 상황을 그린 것이다. 바로 직전 흑이 비숍을 움직여 체크했기 때문에 백이 이를 막기 위해 폰을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05.07

해설 다섯번째 문단에 위치 오타 수정(c3->c2, b2->b3), 마지막 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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